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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화, 금속 그 이상의 가치

2024-08-09

KOREA ZINC

episode. 05

간편결제 확산으로 현금 없는 사회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요즘, 언제 마지막으로 동전을 써보셨나요? ‘구리로 만든 돈’을 의미하는 동전(銅錢)은 오늘날 금속 화폐 전반을 가리키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해 금속을 녹이고 주조해서 만든 화폐는 ‘주화’입니다.

주화는 오랜 시간 금, 은, 구리를 거쳐 지금의 니켈, 알루미늄, 황동 등 새로운 합금으로 소재를 다양화했습니다. 권력을 드러내는 수단이 되기도, 세계 무역의 핵심 역할을 하기도 하면서 세계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습니다. 이번 <금속으로 읽는 세계사>에서는 주화에 숨겨진 비하인드 스토리를 살펴보며, 주화에 담긴 상징성과 각 금속의 특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구리 동전으로 민심을 얻은 로마 황제

나라별 동전의 앞·뒷면을 살펴보면 국가유산이나 위인이 새겨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100원짜리 동전에서도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얼굴을 볼 수 있죠. 이는 기원전부터 이어져온 풍습입니다.

▲ 출처 : 카이사르 동전, 위키피디아

기원전 49년, 쿠데타로 로마 최고 권력자가 된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통치자가 됐음을 알리고 대중의 인기를 얻고자 주화에 자신의 얼굴을 새겨 유통했습니다. 특히, 구리 동전은 화폐로서 가치는 낮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널리 이용되고 있었기 때문에 카이사르의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었습니다.

동전은 거래 과정에서 사람들 사이를 오가며 자연스럽게 황제의 힘을 드러냈고 민중은 소속감을 느끼게 됐습니다. 이로써 동전은 단순히 물건을 사기 위해 지급하는 화폐의 의미를 넘어 권력의 상징이자 통치의 수단으로 활용됐습니다.

▲ 출처 : 기원전 52년 카이사르가 알레시아 전투에서 승리한 뒤 갈리아 족장이 카이사르에게 항복하는 모습을 상상해서 그린 그림 , 위키피디아

특별한 날을 위한 기념주화, 조선시대 별전

오늘날과 같이 조선시대에도 국가나 개인에게 특별한 일이 생기면 이를 기념하기 위해 ‘별전’이라는 동전을 만들었습니다. 별전은 조선 숙종 4년(1678)에 상평통보가 주조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제작되었으며, 화폐로서 통용되지는 않지만 높은 가치와 품위를 지닌 일종의 예술품이었습니다.

▲ 출처 : 열쇠패, 국립민속박물관

별전은 ▲군왕과 나라에 대한 충성 ▲효와 자손 창성에 대한 염원 ▲수복과 안녕 ▲가정 화평 등 우리 조상들의 종교관과 사상을 담은 다양한 문양과 형태로 만들어졌습니다. 엽전 형태도 있었지만 동물, 식물 문양 등을 사용해 디자인적 요소와 조형적 요소를 강조한 별전도 많았습니다. 때문에 지체 높은 사대부 사회에서는 애지중지하는 패물이나 노리개처럼 애장품화 되었고, 특히 시집가는 딸에게는 별전을 열쇠패에 매달아 혼수용으로 주며 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기도 했습니 다. 이처럼 별전에서는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세계 최초의 국제 화폐, 스페인 8레알 은화

16세기 스페인은 5대륙에 걸쳐 식민지를 건설하면서,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습니다. 신대륙에서 큰 규모의 은광을 발견한 데 이어 은 추출 기술까지 빠르게 발전하면서 횡재에 횡재를 거듭했습니다. 스페인에 도착한 엄청난 양의 은은 기본 은화였던 ‘레알’의 대형화에도 사용되어 1537년 8레알 주화 ‘페소 데 오초(Peso de Ocho)’가 등장하게 됩니다.

▲ 출처 :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디딘 순간을 묘사한 그림, 위키피디아

남아메리카 식민지에서 대량으로 주조한 8레알은 꾸준히 시장에 공급되어 높은 유동성을 갖췄고, 덕분에 전 세계 무역의 공용 화폐가 되는 영광을 누리며 스페인에게 대항해 시대 무역의 패권을 쥐여주었습니다. 이후 각기 다른 유럽 국가로 풀린 은화는 차, 도자기 등 동양의 사치품에 목말라 있던 유럽인들에 의해 빠른 속도로 중국에 흘러갔습니다.

▲ 출처 : 스페인 8레알 은화, 위키피디아

무엇보다 영국은 중국 물건의 치솟는 수요로 인한 무역적자와 함께 은 유출 문제의 심각성을 느껴 아편을 살포했고 결국 전쟁으로까지 이어지게 됩니다. 스페인 8레알 은화는 이러한 역사적 전개의 중심에서 활약한 세계 최초의 국제 화폐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주화는 오랜 시간 문명과 함께 발전하며 금속 그 이상의 가치를 실현해 왔습니다. 지금까지 주화에 담긴 상징성과 함께 금속의 역사를 살펴보았습니다. 다음 편에도 금속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