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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들이 사랑한 푸른색, ‘코발트블루’
2024-05-20
KOREA ZINC

episode. 02


예술가들이 사랑한 푸른색, ‘코발트블루’
여러 시대에 걸쳐 예술가들에게 신비하면서도 고급스러움을 주는 매력으로 사랑받은 색이 있습니다. ‘코발트블루’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 색상이 가진 깊고 풍부한 색채감은 인상파 화가들이 표현하는 밝은 색상과 창의성에 큰 기여를 하기도 했습니다.
청량한 푸른빛을 자랑하는 ‘코발트블루’는 세계 건축 문화뿐 아니라 도자기, 타일 그리고 카펫 등의 인테리어 소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습니다. 중국과 유럽의 황실도 이 푸른색에 매료돼 수많은 공예품이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금속으로 읽는 세계사>에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코발트블루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치고자 합니다.

포르투갈 일상에 밀착된 아줄레주




포르투 거리를 거닐다 보면 거대한 건축물부터 각종 상점, 일반 가정집까지 건물 외벽에 장식되어 있는 ‘아줄레주(Azolejo)’라는 흰 바탕에 파란색 그림이 있는 타일을 흔히 목격할 수 있습니다. 이는 1503년 포르투갈의 왕 마누엘 1세가 알함브라 궁전에 장식된 화려한 색채와 정교한 문양의 타일의 아름다움에 큰 감명을 받고 자신의 왕궁에 아줄레주로 장식하면서부터 포르투갈 전역에 퍼져나갔다고 합니다.
아줄레주가 ‘윤을 낸 돌’이란 뜻의 아랍어에서 유래된 것처럼 이슬람 문화권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요. 중동의 여름은 무척이나 건조하고 뜨거워 공간을 시원하게 해주는 타일이 발달했는데, 특히 페르시아에서는 코발트 광석이 주로 생산되면서 이슬람 모스크의 푸른 타일 제조에 쓰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특히, 이슬람에서의 코발트블루는 알라를 모시는 모스크나 왕궁에만 사용할 만큼 신성시되는 색이었습니다. 그러한 이유로 사람이 출입하는 문과 하늘과 만나는 돔 부분에 청색을 집중적으로 사용한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푸른색이 뿜어내는 차갑고 청명함이 그들에게는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였던 것입니다.



가난했던 고흐에게 한줄기 빛




시간이 흘러 코발트블루는 19세기 초 프랑스 화학자 테나르가 합성에 성공한 회화 안료로 주목을 받습니다. 그 당시 유럽에서 선호하던 파란색 안료 울트라마린은 원료가 되는 청금석이 워낙 구하기 어려워 한때 황금보다 값비싼 존재였습니다. 청금석은 해로를 통해 운반되었기에 ‘바다를 넘었다’는 의미로 울트라마린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습니다. 색은 아름답지만 귀한 몸이다 보니 울트라마린으로 그릴 수 있는 대상은 그리스도나 성모 마리아에 국한되었고, 이에 대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푸른색의 개발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코발트블루는 내광성이 우수해 시간이 지나도 빛이 바래지 않아 지금도 여전히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예술가, 빈센트 반 고흐도 애용한 안료였다고 합니다. 당시 고흐는 물감을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난했는데, 그런 그에게 합성 코발트블루 안료의 발명은 한줄기 빛과도 같았을 겁니다. 무엇보다 고흐는 색을 통해 자기감정을 표현하려 했기 때문에, 그림에서 깊이와 강렬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수많은 걸작 중 코발트블루가 사용된 그의 대표작 <별이 빛나는 밤>을 보면, 단순히 눈에 보이는 풍경을 재현하기보다 자신의 황홀경의 감정을 가득 담아냅니다. 프랑스의 작은 마을 생 레미에 위치한 정신요양병원에서 1년 가까이 치료를 받는 동안, 그의 눈에 보이던 밤하늘의 회오리치는 구름과 별빛을 통해 요동치던 내면의 갈망과 혼란을 반영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보존성이 뛰어난 코발트블루 덕분에 그의 아름다운 걸작이 보여주는 매력이 지금까지 우리 곁에 남아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백의 미학’ 조선 미술의 또 다른 비하인드




코발트블루는 시간이 흘러 우리나라 조선에도 등장하게 됩니다. 우리나라 도자기를 이야기할 때면 고려의 청자 그리고 조선의 백자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그중에서도 코발트블루 안료로 문양을 그려 넣은 청화백자는 오직 조선 왕실과 사대부가에서나 접할 수 있어 그 가치가 더 높습니다. 진하고 푸른 남빛의 문양으로 화려한 청나라 도자기와 달리 우리나라 백자는 단아하고 희게 빛나는 ‘여백의 미’로 우아한 자태를 뽐냅니다.

사실 이 여백의 미에는 숨겨진 사실이 있습니다. 코발트블루가 저 멀리 이슬람권에서 시작해 중국을 거쳐 온 만큼 비싸고 귀했기 때문에 최대한 안료를 아끼면서 사용해야 했습니다. 그러한 까닭에 숙달된 화공만이 그 안료를 다룰 수 있었고 가는 선 위주로 무늬를 그리면서 자연스럽게 여백을 살리는 절제된 도안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이후 주변국과는 차별화된 우리 도자기 문화의 정체성이 되어 현재까지 뛰어난 예술성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예술 속에서 발견한 코발트를 통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드렸는데요. 다음 편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을 펼쳐낼지 많은 기대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