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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지향하는 브랜드 가치, 미래 비전을 공유합니다.

[2024 신년사] 우리 안에 존재하는지 알지 못했던 초인적인 의지력

2024-01-02

우리 안에

존재하는지 알지 못했던 초인적인 의지력

고려아연과 계열사 임직원 여러분,
지난 한 해도 회사의 발전을 위해 함께해준 여러분의 끊임없는 헌신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2024년은 고려아연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우리의 회사 고려아연은 1974년 8월 1일 만들어졌습니다. 1974년 대한민국의 인구는 3천4백만명에 불과했습니다. 전쟁의 화마가 지나간 지 불과 20년이 된 시절, 1974년 대한민국 1인당 국민소득은 401불로 1인당 하루 소득이 1달러를 넘겨 극빈국의 수준을 넘어서는 첫 해였습니다.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식에서는 당시 박정희 대통령을 저격하려는 총알에 영부인이 피격되었고, 경부선 새마을호가 처음으로 운행을 시작하였고, 서울 지하철1호선이 개통되었습니다. 12월에는 오리온 초코파이가 처음으로 출시되었습니다. 제가 태어나기 1년 전이지만 1974년은 우리 고려아연 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주위에 크고 작은, 기쁘고 슬픈, 많은 일이 벌어지고 큰 변화가 일어나는 그러한 한 해였던 것 같습니다.

최창걸 명예회장님은 그보다 1년 전인 1973년 7년 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오셨습니다. 뉴욕 컬럼비아대 MBA를 마치고 ‘사람은 꼭 남이 주는 녹(월급)을 받아봐야 일이 힘든 지도 알고 돈이 귀한 지도 안다’는 최기호 창립자의 말에 따라서 약 3년간 미국의 석유 회사 Mobil의 회계팀에서 일을 하다가 아버지의 부르심을 받아서 귀국하였고, 33세의 젊은 나이에 고려아연의 창립 멤버가 됩니다. 아버지는 이때의 일을 미주알 고주알 말씀해 주시는 스타일이 아니어서 자세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어떤 어려움이 있었는지, 어떤 각오로 일을 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다만 33세의 제 자신을 생각해 보면 얼마나 힘들고 위태롭고 외롭고 자신 없었고 무서웠을까 상상을 해봅니다.

1974년 대한민국의 상황을 짐작해보면 창업 초기 고려아연이 기술확보, 자금조달 그리고 원료 구매 등 사업 모든 분야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을 쉽게 상상할 수 있습니다. 당시 고려아연은 알음알음 외국 기업으로부터 제련기술을 도입하였고, 세계은행 산하 금융기구인 IFC를 통해 제련소 건설 자금을 어렵게 조달하였으며,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낮았던 한국이란 나라의 신생기업과는 거래를 꺼려하는 해외 아연광산들을 설득하여 장기공급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1974년 이후 최창걸 명예회장의 형제들이 차례로 경영에 참여하게 되어 힘을 실었고, 둘째인 최창영 명예회장님은 제련 기술을 담당하시고, 셋째인 최창근 명예회장님은 원료수급을 담당하셨습니다. 이분들은 물론이고 당시 고려아연 모든 임직원들이 전쟁을 하는 마음가짐으로 합심하여 하루 하루를 이겨 나아가며 성장하는 기적과 같은 50년간의 역사가 우리가 아는 고려아연을 만들었습니다. 우리 선배 임직원들께서 밤낮으로 정진해온 결과 고려아연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 기술의 제련회사가 되었고, 전세계 아연제련소를 대표하여 글로벌 광산기업 대표와 매년 벤치마크 제련 수수료를 결정하는 명실상부한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도약하였습니다.

지난 2023년을 살면서 저는 유독 1974년의 고려아연을, 그리고 그때의 주역들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어려운 경제환경, 신사업을 만들어 나가는 어려움, 기공식의 리본을 끊으면서도 알 수 없는 미래에 대한 설렘과 깊은 걱정이 공존하는 외로움, 앞에 있는 높은 산을 간신히 넘으면 또 눈앞에 펼쳐지는 수많은 봉우리들, 이렇게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도 내 안의 알 수 없는 꿈과 소망으로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는 우리 안에 존재하는지 알지 못했던 초인적인 의지력… 그때 우리의 아버지들도, 우리의 선배님들도 이러한 어려움을 겪으셨겠지, 아니, 이것보다 더 큰 어려움을 겪으시고, 그걸 1-2년이 아니라 50년 동안 이겨 내셔서 우리가 아는 자랑스러운 고려아연을 만드셨구나. 아마도 "우리 안에 존재하는지 알지 못했던 초인적인 의지력"의 기원은 그분들의 그것이고, 우리에게 물려주신 가장 값진 유산일 것입니다.

신재생에너지 및 그린 수소, 2차전지 소재와 자원순환으로 구성된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은 하나의 꿈에서 시작되어, 이제는 고려아연호가 지향하는 비전이자 전략의 핵심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제부터는 추진 중인 신사업의 성과를 앞당기고, 전략을 현실로 구현해 나가야 합니다.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추진해 나아가는 데 있어서 어렵고 힘든 일이 많겠지만 그 중에 가장 큰 어려움은 아마도 우리가 오늘 살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의 미래를 만들어 나아가야 된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의 꿈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을 쓸고 닦아야 합니다. 우리의 미래가 아무리 멋지고 전망이 좋더라도 오늘 우리는 지난 50년간 고려아연을 있게 해준 우리의 낡은 공장을 닦고 조이고 기름칠 하여야만 합니다. 매일매일 우리의 50년간의 터전을 조금씩 더 새롭게, 더 안전하게, 더 친환경적으로, 더 효율적으로 개선해야 합니다. 아무리 우리의 미래가 밝아도 오늘을 살아 남아야 그곳에 도달할 수가 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랬듯이 2024년에도 고려아연은 신입사원을 고용할 것이고, 거의 20명에 달하는 정년퇴직자가 발생할 것이고, 물가는 계속 올라가고, 우리의 주식은 매일매일 사고 팔리고, 우리가 사고 파는 그 모든 것은 그것들만의 세계시장에 의해서 값이 요동치고, 우리의 공장은 매일매일 공기 속의 산소와 만나 녹이 슬어 갑니다. 우리가 항해하고 있는 이 망망대해는 수영장이 아닙니다. 매일매일, 순간순간 변화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의 생명을 위협하는 망망대해입니다.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는 죽음이 필연적인 이 항해에서 우리는 우리를 위협하는 파도의 속도보다 더 빨리 더 꾸준히 움직여야 합니다. 사람이 바뀌는 속도보다 더 빨리 고려아연의 임직원의 숙련도와 지혜가 늘어나야 하고, 우리의 안전 시스템, 환경관리 시스템이 더 견고해져야 하고, 세계시장이 요동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투자하고 대비하고 저축하고 결단해야 하며, 우리의 공장이 녹이 스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정리 정돈하고, 보수하고, 개선해야 합니다. 이렇게 살아나가야 비로소 우리에게는 미래가 있습니다. 오늘을 살아남아야 다음 50년이 있고 트로이카 드라이브가 있습니다.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처음 언급한 2022년 신년사에서 저는 “혼자 꾸는 꿈은 단지 꿈일 뿐이지만,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트로이카 드라이브라는 꿈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 모두가 우리의 모든 것을 걸고 싸워야만 이룰 수 있는 어렵고 귀한 우리의 꿈, 우리가 함께 선택하는 우리의 미래입니다. 하지만 3천명이 넘는 우리 임직원 모두가 함께 꿈꾸는 현실이 됐고, 모두가 함께 치열하게 고민하며 현실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결속과 몰입이 바로 고려아연의 미래를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지난 12월 창사 이래 최초로 Investor Day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제련, 트로이카 드라이브 및 지속가능경영 부문의 향후 10년 간의 비전을 제시하였습니다. 우리의 힘을 바탕으로 2033년 매출 25.3조원과 그린 메탈을 생산하기 위해 가장 친환경적이고 안전한 제련소를 만들어 가겠다는 우리의 목표는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믿습니다.

사랑하는 고려아연 및 계열사 임직원 여러분, 가슴 뛰는 반세기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려아연의 무한한 가능성을 향한 항해는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아니, 격동적인 1974년 여름, 우리의 항해는 이미 시작했습니다. 우리의 아버지들과 선배님들의 초인적인 의지와 포기하지 않는 결단의 연속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다음 50년, 100년 기업을 바라보는 2024년 또한 우리 모두가 함께 한 방향을 보면서, 전력을 다한다면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성과를 만들어 내리라 굳게 믿습니다. 우리의 힘을 믿고, 우리가 지난 50년간 걸어온 길을 믿고, 우리의 사명을 믿고, 100년 기업 고려아연의 새로운 역사를 함께 만들어갑시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2024년 1월 2일
고려아연 회장 최윤범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