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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아름다움, 금속공예

2024-07-22

KOREA ZINC

episode. 04

공예품은 심미적 가치를 지니면서도 그 당시의 고유한 문화와 기술력을 알 수 있는 역사의 증표이기도 합니다. 금속공예는 오랜 역사를 걸쳐 다양한 문화를 통해 발전해 왔고, 지금까지도 우리에게 커다란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공예의 경우 잘 알려진 도자공예를 비롯해 금, 은, 구리를 비롯한 여러 가지 다양한 금속으로 만드는 금속공예 역시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빼어난 수준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금속공예는 기원전 10세기 무렵 즉 청동기 시대에 칼, 창, 거울, 방울 등과 같은 각종 무기류와 의기류를 시작으로 귀금속, 생활용품 등으로 점차 발전해 왔는데요. 이번 편에서는 긴 역사 속 금속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찬란하게 빛을 발하고 있는 우리 선조들의 예술적 감각과 섬세한 기술을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위세품에 펼쳐진 찬란한 금속의 향연

금속공예가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했던 삼국시대 장신구들은 국보나 보물로 지정되어 박물관에서 한 번쯤 본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최초의 고대 신발 유물이 무엇인지 아실까요? 그 주인공은 바로 고창 봉덕리 1호분과 나주 정촌고분에서 출토된 백제 시대 ‘금동신발’ 2점입니다.

금동신발은 삼국시대 유적에서 주로 발견되는 우리나라 고유의 고대 금속공예품 중 하나로, 연구자들 대부분이 백제의 중앙정부가 지방세력의 지도자들에게 하사한 위세품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발등 부분에 부착된 독창적이면서 정교한 용머리 장식은 현존하는 삼국시대 금동신발 중 유일하게 볼 수 있어 백제 금속공예의 진수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금동신발 바닥과 옆판에 봉황, 연꽃, 새 등 세밀하게 표현된 다양한 문양은 높은 수준을 요구하는 투조 기법(금속판 일부를 끌이나 톱으로 도려내는 기법)과 축조기법(금속판에 선을 잇따라 새기며 무늬를 내는 기법)을 적용한 것으로 보여 5~6세기 백제의 사상과 미술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작품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 출처 : 보물 나주 정촌고분 출토 금동신발, 문화재청

아주 작은 금박 안 초정밀 세공술

지난 2016년, 경주에 위치한 동궁과 월지 내 발굴조사 중 반짝거리는 물체가 발견됩니다. 복원 과정을 거쳐 발굴한 지 6년 만에 공개된 작품은 100원짜리 동전만 한 크기(가로 3.6㎝×세로 1.17㎝×두께 0.04㎜)에 무게 0.3g밖에 안 되는 금박 유물이었습니다.

‘선각단화쌍조문금박’은 국내에서 확인된 유물 중 가장 정교한 세공기술과 미적 감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주 작은 크기의 금박에 새와 꽃 문양이 머리카락보다 가는 선(0.05mm)으로 조밀하게 새겨져 있어 현미경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현대 기술로도 재현하기 어려운 8세기 통일신라의 불가사의한 작품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금박의 순도가 99.99%로 나타나 이미 통일신라 때부터 고순도 정련기술을 가졌음을 시사해주고 있습니다. 다만 이 작은 금박의 정확한 사용처나 제작 방식 등과 같은 수많은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여전히 연구는 진행 중이라고 합니다.

▲ 출처 : 선각단화쌍조문금박,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

금속에 예술혼을 새기는 입사기법

고려시대는 범종, 정병 등 불교 도구를 활발히 제작하면서 금속 공예가 크게 발전해 공예 문화의 절정기라고 표현되기도 합니다. 이때 고려의 귀족 문화를 보여주는 나전칠기와 상감청자 사이에는 공통점이 존재합니다. 몸체에 원하는 모양을 새기고 그 자리에 다른 재료를 채워 넣는 상감기법이 쓰인 것인데요. 이 상감기법은 금속판 표면을 무늬를 새기는 입사기법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대표적으로 ‘국보 제92호 청동 정병’의 경우, 금속 표면에 홈을 파고 얇은 은사를 그 안에 끼워 넣어 장식하는 은입사 기법이 쓰여 고려시대 금속공예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노 젓는 배를 타고 가는 어부, 길게 늘어진 버드나무 등 정병 표면에 가득 그려진 물가의 풍경이 은은하게 반짝거리는 은빛으로 더욱 도드라져 보이게 됩니다.

도자기에서는 상감기법으로 서로 다른 색의 아름다운 조화를 이뤄냈다면, 금속공예에서는 입사기법을 통해 가느다란 선에서 탄생한 따스한 풍광으로 차가운 물성을 지닌 금속에서도 생기를 느껴볼 수 있습니다.

▲ 출처 : 국보 청동 은입사 포류수금문 정병(1962), 국립중앙박물관

지금까지 다양한 재료와 기법, 색감을 가진 작품의 향연으로 한국 공예의 다채로움을 느껴봤는데요. 옛 선조들의 지혜까지 엿볼 수 있어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다음 편에도 금속과 관련된 흥미로운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