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호조세일 때는 다양한 투자가 진행되어 산업의 기초 소재인 구리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 구리의 가격이 상승하게 됩니다. 이와 반대로 구리 값이 하락하면 경기가 둔화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원자재 시장에서 구리는 닥터코퍼(Dr.Copper)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렇듯 구리 가격이 경기 변동에 민감한 것은 구리가 건설, 해운 등 모든 인프라 산업 전반에 필요한 소재이면서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원자재이기 때문입니다.

구리의 또 다른 특성은 인류가 가장 먼저 사용한 금속이라는 점입니다. 다른 금속에 비해 반응성이 비교적 낮아 자연에 존재하는 금속 원소 중 제련 없이 바로 사용 가능했던 구리의 발견은 문명의 시작을 이끌기 시작합니다. 구리와 주석의 합금 형태인 ‘청동’은 인류가 기존의 석기를 대체하는 도구재료로 활용하면서 농업 생산성이 향상되었으며, 도구와 무기 외에도 동전이나 장신구 등 다양한 형태로 사용돼 활발한 교역을 가능케 해 지역 간의 문화와 기술 교류를 촉진시켰습니다.

특히 청동은 구리나 주석보다 더 단단하지만 녹는점이 낮아 원하는 모양으로 성형하기 쉬운 성질이 있어 작은 장신구에서부터 대형의 범종에 이르기까지 가장 폭넓게 사용된 금속공예 재료입니다. 금속공예가 본격적으로 발달한 시기는 삼국시대로, 백제 문화의 정수라 일컬어지는 백제금동대향로 역시 정교한 표현과 장식으로 발견 당시 세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밀랍 거푸집으로 약 490톤의 청동을 써서 주조돼 세밀한 세공기술이 돋보이는데, 꼭대기에 조각된 봉황부터 연꽃봉오리 몸체를 받치고 있는 용을 포함해 무려 85가지의 동물과 인물이 조각돼 있어 놀라움을 자아냅니다.